[산업분석] 한국 자동차산업이 사상 처음 무역흑자 6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중추산업임을 입증했다. 

자동차 산업은 전자, 철강, 조선과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빅4’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에 불이 꺼지면서 우리나라도 경제위기의 늪에 빠져 있다. 특히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여파는 수출이 주력인 우리 경제 전반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산업의 약진은 한국 경제에 ’가뭄의 단비’이며,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2012년 자동차산업 무역흑자 규모는 617억달러. 이는 지난 2011년의 583억 달러보다 5.8% 늘어난 것이다. 

분야별로는 자동차(완성차)가 420억 달러, 자동차부품이 197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각각 올렸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는 2011년 308억 달러보다 23억 달러(7.5%) 줄어든 285억 달러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자동차산업 무역흑자는 한국 전체 무역흑자의 2.2배에 달한 셈이다. 




2012년 자동차 수출은 재정위기에 따른 EU 시장 침체, 중남미 시장 성장세 둔화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요 회복세를 보인 미국과 동유럽 및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늘면서 2011년 대비 0.4% 증가한 316만5,689대에 달했다.

자동차 수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것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해외 판매량을 늘린 반면 국내 기업들은 신차 부족 및 생산량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결과였다.

특히 2011년 대지진으로 시련을 겪었던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들이 지난해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GM과 폴크스바겐 등도 공격적 시장쟁탈에 나서면서 전세계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수출 전략 신차종 투입이 2011년 7차종에서 지난해 5차종으로 줄어들고, 파업 등 노사갈등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해 수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수출 증가율은 미미했지만, 자동차 수출액은 2011년의 453억 달러보다 4% 이상 증가한 472억 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수출량 증가율보다 수출액 증가율이 높은 점.

대당 수출단가 인상 및 고가 차량 수출 증가가 그 요인이었다. 실제 지난해 현대차 신형 그랜저로 대변되는 인기 프리미엄 차종 수출이 늘면서 전년 대비 대형차 수출 증가율이 30%를 웃돌았다. 

승용차 차급별 수출비중에서 대형차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3%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해외 유명 자동차메이커들의 무차별적인 한국시장 진출도 거셌다.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자동차 수입액 역시 2011년 43억 달러에서 지난해 52억 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수출액 증가분이 수입액 증가분을 크게 웃돌면서 완성차 기준으로 자동차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인 420억 달러에 달했다. 덕분에 자동차는 2007년 이후 5년 만에 전자를 제치고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 중 무역흑자 1위에 올랐다.


                

완성차의 분발과 함께 자동차 부품 수출도 약진했다. 2012년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011년 231억달러에서 지난해 246억달러로 전년 대비 6.5%나 증가했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해외 생산법인에 대한 공급 증가, 한-미 및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해외 완성차 업체로의 수출 증가 등에 힘입은 것이다. 반면, 자동차부품 수입은 2011년 58억 달러에서 작년에는 49억 달러로 15% 가까이 하락해 금액으로 9억 달러 가량 줄었다.

이처럼 자동차부품은 수출이 크게 늘고, 수입은 줄면서 무역수지 흑자가 197억 달러에 달해 2011년보다 14% 이상 껑충 뛰었다. 또 2010년 이후 3년 연속 100억 달러를 웃도는 무역흑자 행진을 이어 갔으며, 자동차 부품의 무역흑자 200억 달러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자동차산업이 약진하는 배경에 대해 ♦ 국산차의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 향상 ♦ 세계시장에서 국산차가 강점을 지닌 고연비 소형차에 대한 선호도 상승 등을 가장 먼저 꼽는다. 

자동차 업계관계자들은 "최근 엔저 등 환율, 글로벌 경기침체 등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출은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계속 늘고 있어 자동차와 부품 수출을 통한 자동차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전후방 연관효과가 막대해 세계 각국은 자동차산업 육성 보호 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치는 등 보호무역에 대한 의지가 강해 한국 자동차업계의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은 물론 신흥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자국의 자동차 메이커 지원을 위해 WTO 제소 등 무역분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2011년 12월 미국 자동차 업체가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아 생산한 자동차를 중국에 덤핑 수출해 중국 자동차업계가 피해를 봤다며 2,500cc급 이상 미국산 세단형 자동차와 SUV에 대해 2년간 반덤핑 및 상계 관세를 부과한 사례가 있다. 

이에 미국 정부도 보복조치로 지난해 7월 WTO에 중국을 제소했고, 같은 해 9월에도 미국은 중국이 자국 자동차부품업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해 WTO에 제소했다.




중국은 지난해 정부기관 공무용 자동차 구매 기준을 까다롭게 변경해 사실상 중국 로컬 브랜드에게만 납품기회를 주고 있다. 브라질 정부도 자국 내 생산시설이 없는 메이커는 충족시킬 수 없는 기준을 정해 수입차 공산품세 세율을 30% 포인트 인상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엔저’도 엔•달러 환율을 높임으로써 일본 제조업,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정부 역시 지난해 르노, 푸조 등 자국 메이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유럽연합 통상당국에 현대•기아차의 덤핑의혹을 제기하고, 세이프가드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456만대를 생산했다. 

한국보다 생산량이 많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은 물론 6, 7위인 인도, 브라질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전체 생산의 31%만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세계 7대 자동차 생산국 중 전체 물량의 60% 이상을 자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한국 자동차산업은 해외 수출과 시장개척이 중요한 만큼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재벌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