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재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법안 시행 문제의 돌파구는 없을까. 

③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법시행 돌파구

앞서 살펴본 대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법안은 지난 1997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12년간 시행이 미루어져 왔다. 

재계나 노동계, 정치권은 지난 2001년과 2006년 법안 시행을 유예할 당시 노사정 또는 여야간 합의를 통해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는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시행시기를 유예했다.

따라서 남은 문제는 시행시기를 재유예하느냐는 여부이지, 일부 노동계의 주장처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원천적으로 다시 검토할 사항은 아니다.

그러면 이 법안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할 것인가.



재계는 내년 1월 1일부터 이 법안을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법적 안정성 유지 ♦FTA 협상 전제조건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들고 있다. 

법 제정 이후 12년 동안 시행시기를 유예해온 상황에서 또다시 이를 연기할 경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을 시행하지도 않고 창고에 묻어둔다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또 복수노조의 경우 ILO 규정, FTA 협상 상대국의 요청으로 허용이 불가피한 사항임을 감안한다면 노조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법안은 국가 대외신인도 제고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제조건인 노사관계 안정 및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 된다고 재계는 강조하고 있다.

실제 노조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유럽, 북미 등 국가에서는 노조 전임자 급여를 포함해 노조 운영비 등을 조합비 등을 통해 자체 조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 일각에서는 노조활동과 관련해 근태 및 임금을 보장하는 타임오프제(Time-off)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상당수 제조업체들은 "타임오프제는 사실상 전임자 급여지급을 묵인하는 결과 초래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등은 "단체교섭 등 각종 노사현안에 대해 노동조합 및노동관계조정법,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노조측 협의 위원의 근태를 인정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Time-off 제에서 기존 법률 조항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노조 업무 종사자를 명시하고 근태인정을 허용한다면 이는 사실상 기존 노조 업무에만 전념하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태인정, 급여인정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 원칙만 법률적으로 명확히 하면 되고, 노조 업무 종사자의 근태인정은 기존 법률에 따르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Time-off제는 대상자, 기간, 인원 등 세부사항을 두고 노사협의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임금인상 등 민감한 사항과 Time-off 해당자들의 근태 인정을 두고 결국 노사간 밀실거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재계의 주장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계의 재정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할 경우 노조활동 자체가 설 땅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말 기준으로 노조 전임자가 있는 5천898개 사업장 가운데 80%가 종업원 300인 미만인 것으로 나타나 소수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재계는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시 노조 재정자립도가 취약하거나 조합원이 적어 조합비로 전임자 급여 조달이 어려운 노조와 노조 적립금이 많는 대기업 노조를 분리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소수 조합원을 거느린 중소 사업장에 대해서는 조합원 수 규모별로 일정기간 법 시행을 유예하거나 정부가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재계는 조합원 수가 300인 이하인 사업장의 경우는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를 원칙으로 하되, 일정기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며, 현재 노사정위에서 마련한 재정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벌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