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일로 예정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법 시행이 올 정기국회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재계는 지난 1997년 입법화된 이후 만 13년동안 시행시기를 미뤄왔던 이 법안의 내년 시행을 강력히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시행시기 연장 혹은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정부와 재계가 내년 시행을 추진할 경우 총파업 등 극한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정기국회 회기내에 이 법안의 시행여부를 결정지어야 하는 정치권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벌닷컴>은 정치권과 경제계, 그리고 노동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노조전임자 임금금지’ 법안의 내용과 실상을 심도있게 알아본다. 

① ’뜨거운 감자’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법

이른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법안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지난 1997년 정기국회에서 처음 입법화됐다. 

하지만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와 당시 김대중 정부 및 여당의 주도 아래 이 법안의 시행 시기는 2002년 1월 1일로 1차 5년 유예됐고, 이어 노무현 정부들어 2003년 노사정 및 여야 타협으로 다시 시행시기를 2007년으로 5년 유예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2차례의 시행시기 연기에도 불구하고 2007년들어 대선을 앞둔 시점에 정치권-재계-노동계의 입장에 얽히고 설키면서 다시 시행시기를 3년 연기했다. 

2007년 유예 당시 경총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법 시행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재계 내부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맞물리면서 결국 노사정위는 법 시행 유예로 결론을 냈다. 

당시 노동부는 노사정위에서 결론을 낸 5년 유예안을 3년으로 수정하였고, 외형적으로는 노사정 합의를 통한 3년 재 유예안을 발의(2010년 1월 시행)하는 것으로 2006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의 시행을 둘러싼 정치권과 재계, 노동계의 갈등은 국정감사와 재보권 선거가 마무리되는 11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를 ‘노조죽이기’로 규정하고, 정기국회 논의시기에 맞춰 총파업을 비롯한 극한투쟁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의 경우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도 파기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으며, 미디어법 문제로 홍역을 치룬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의 눈치보기가 불가피한 형국이다.

재계 내부의 입장도 미묘한 상황이다. 

노조 전임자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격인 완성차 업계를 비롯한 금속, 철강 등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법안 시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가 아직 설립되어 있지 않는 일부 기업들은 이 법안의 또다른 핵폭탄인 복수노조 문제 등이 자사의 이해와 깊이 얽혀 있어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법안 시행의 재유예에 대해 관용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다른 ’키맨’인 노동부는 공식적으론 법 시행 원칙을 밝히기는 하였지만 향후 노사정위 논의과정 및 각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법안 시행과 관련해 재계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경총은 대외적으로는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를 전제로 ’복수노조 허용’을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총은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일부 무노조 대기업과 노동계가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점을 활용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법안 시행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경총은 최근 FTA 협상에서 상대국이 복수노조 허용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복수노조 설립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이를 협상카드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노동계는 지난 1997년 노동법 제정시 복수노조 허용을 주장했으나, 복수노조 허용시 노조 조직력 와해를 이유로 복수노조 반대입장으로 선회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현대차 노조의 산별 전환시 노조측은 "복수노조가 되면 노조 조직력이 와해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그러면 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일까. 

노조 전임자 임금은 노조활동에 전념하는 인원에 대해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노동계는 이에 대해 "큰 비용이 아니며 전임자도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는 인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전임자 급여는 기업활동과 무관한 비용의 문제와 함께 전임자로 인해 발생하는 비계량화의 유무형의 피해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가 내세우고 있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에 따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전임 노조원의 경우 생산 및 판매 등 기업활동과는 무관한 직원활동으로 회사의 경영에 실질적인 이익을 주지 않는 비용이라는 입장이다 

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05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노사관계 비용은 연간 2조8천544억원이었으며, 이 중 각종 유급 노조활동비가 1조1천760억원, 전임자 급여가 3천243억원, 사무실 경비가 38억원이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노조 전임자에게 지원한 급여규모는 현대차가 137억원(237명), 기아차가 87억원(144명)으로 파악됐다.

둘째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은 전임자 지위 유지를 위해 무리한 요구와 비합리적 투쟁 등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재계는 주장하고 있다.

셋째는 노조 전임자가 권력화, 특권화됨에 따라 건전한 노동운동의 본질이 근로조건 개선에서 노조의 신분 및 지위 상승,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재계는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것은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한 노동운동을 막을 뿐만 아니라, 노조를 죽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재벌닷컴]